“마애삼존불의 미소가 보원사지 절터에 있더라”
‘백제의 미소’가 유혹하는 ‘보원사지의 여름’
자유새 | 입력 : 2022/07/18 [16:32]
여름이 절정으로 들어가는 길목.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예쁘다. 1400여 년 전 중국 사신이 백제 사비성을 향해 걸었던 보원사지 그 하늘도 이와 같았을까. 닷개포구에 내린 중국 사신들이 용현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 하루를 걸어 도착한 곳이 이곳 보원사지라 한다. 계곡을 따라 왼쪽 편에 자비로운 미소를 띠며 반갑게 환영을 해 준 서산마애삼존불의 미소를 보며, 백제 사람들의 심성에 감탄했을 테다.
닷개포구는 6세기 해상 강국 백제의 관문으로, 닷개포는 지금의 서산시 지곡면 산성리 1126번지를 말한다. 백제 웅진·사비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까지 중국으로 오가는 사신들과 무역을 하던 배들이 오가던 출입 항지로 전해진다. 1926년도 발간된 서산군지에 ‘죽포(닻개포)’로 기록되어 있다. 또 반대로 중국으로 떠나는 백제 사신들도 이곳을 통과했다. 양 나라에서 고대 백제 인을 그린 그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양직공도(梁職貢圖)가 있다. 양직공도는 6세기 동아시아 최강국 양(梁)나라에 조공 온 외국 사신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 자료출처 : 안내문 중 ]
▲ 마애삼존불(보원사 스님제공)
▲ 보원사 법당
통일신라시대 화엄종 10대 사찰 중 하나였다는 보원사지.
7월의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고 있는 보원사지는 조용했다. 방문객 몇 명이 무심히 지나가고, 이를 지켜보고 서 있는 돌감 나무의 나이는 족히 100년은 되어 보인다. 어느 해인가 초 겨울에 보원사지를 찾았을 때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에 붉은 돌감이 달린 모습을 보았다. 오랜 세월에도 자기 몫을 하려는 고목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통일신라시대 화엄종 10대 사찰 중 하나였다는 보원사지. 고려 초에는 법인국사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신라 최치원이 쓴 《법장화상전》의 각주에서 의상화엄전교십찰로 보원사를 기록하고 있다. 또 법인국사 보승탑비에 기록되어 있는 “975년 1000여명의 스님들이 머물렀다”는 기록은 쌀을 씻던 석조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짐작할 뿐이다.
전설에 따르면 99개 암자가 있었던 보원사 주변에 100개를 채워서는 안된다는 부처님 말씀을 어기고 100번째 암자, 즉 백암사를 짓자 큰불이 나 모두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전설은 또 다른 역사적 사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불교를 멀리하고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유교가 조선을 탄생시켰듯이 보원사도 그 역사의 물결 속에서 사라진 것은 아닐까.
실줄 날줄로 엮인 1400년 전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눈앞에 옛날 왕성했던 보원사를 지탱해주던 석조물들을 한 군데 모아 둔 곳이 있다. 절 터에서 나온 부서진 기왓장, 파편처럼 쪼개진 수 많은 석조물들은 제 모습을 잃었지만 보원사의 복원을 호소하고 있는 듯 보였다.
▲ 보원사 오층석탑
▲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석조물
▲ 보원사지에서 출토된 돌 그릇(쌀을 씻던 돌 그릇)
▲ 보원사지 법인국사 탑 비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보원사지 절 터에 있더라"
보원사 스님이 커피 한 잔 대접한다고 하셨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시원한 계곡 바람과 커피향이 다른 듯 어우러진다. 스님은 백제의 미소와 보원사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스님의 이야기 중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보원사지 절 터에 있더라”라는 말씀이 가슴에 콕 들어와 지워지지 않는다. 스님은 기도 시간이면 마애삼존불을 찾아 사진을 찍어 두었다고 한다. 시시각각 다르게 들어오는 빛의 노출과 이에 대답하는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수 십 장은 됐다. 본인이 보원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이 기록물은 전해주고 가고 싶다고 하신다. '백제의 미소'라 불려지는 마애삼존불의 미소에 왜 그리 수 많은 사진 작가들이 감탄하는지 알 것도 같다.
보원사지를 아끼고 보존하고자 하는 스님의 얼굴에서 마애삼존불의 미소를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가을 돌감 나무에 붉은 감이 열릴 때 쯤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자리를 떴다.
출처 : 충청남도 홈페이지
도민리포터 자유새 리포터님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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