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봉수산수목원
차로 가파른 오르막을 올랐다.
봉수산은 충청남도 아산시, 예산군 그리고 공주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산세가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봉수산이라 부르는데 봉황의 머리는 글쎄, 잘 모르겠다.
꽤 먼 곳에서 바라봐야 하나, 이곳에 오면 늘 그 생각이다.
물론 봉수산을 등산할 목적은 아니다.
우리의 정확한 목적은 봉수산 동쪽 자락에 자리한 수목원 한 바퀴를 휙 도는 것.
그것만으로도 도심의 근심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미세먼지가 가득해 아쉽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맡은 숲 향기에 심호흡을 깊게 내뱉는다.
- 봉수산, 곤충생태관 관람 시간
하절기: 오전 9시 ~ 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 ~ 오후 5시
꽤 넓은 주차장에 차를 두고 메마른 개울가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넌다.
봉수산 수목원의 장점은 주차료도 무료이고 입장료도 무료라는 점이다.
예전에 방문했을 땐 주말이라 그런지,
아니면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뛰어노는 아이들이 가득했는데,
겨울은 어디든 호젓하고 고요하다.
심지어 수목원조차도. 그래서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전세 낸 듯 고요히 숲을 즐기기 좋은 기회다.
[ 전시 온실 ]
겨울은 오히려 수목원을 관람하기 좋은 계절이다.
주변은 온통 앙상한 가지인데 온실에선 봄, 여름, 가을의 향을 그대로 품을 수 있다.
봉수산 수목원은 방문자 센터, 전시온실, 하늘데크 등이 있고,
무궁화원, 벚꽃나무길, 장미원 등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12개의 테마별 야외식물원이 있다.
"우와! 꽃이에요."
일행 중 한 명이 소리를 질러 고개를 돌렸다.
무릎을 낮춰 아래를 바라보니 정말 형형색색 꽃이 폈다.
"역시 겨울 수목원은 매력 있어!"
기특하다. 이 계절에도 어여쁘게 피어오른 꽃이.
이제 봉수산 곤충생태관으로 가보자.
[ 봉수산 곤충생태관 ]
봉수산 곤충생태관은 2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엔 곤충의 생태와 여러 곤충들이 지닌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한편에는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실제로 살아 있는 곤충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1층이라며 이제 곤충과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2층이다.
2층은 디지털 체험실로 쇠똥구리, 메뚜기 등 특정 곤충들의 능력을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도록 꾸며 놓았기 때문이다.
[ 하늘데크 ]
곤충생태관 2층에서 출구를 빠져나오면 오른쪽으로 나무데크가 보인다.
나무데크 위를 타박타박 거닐어 본다. 어느새 나무데크의 높이는 20m.
밑에서 봤을 땐 고개를 치켜들며 하늘만큼 높아 보이던 소나무가 내 가슴팍까지 솟아 있다.
나무데크에서 보이는 건 두 가지.
하나는 봉수산을 배경 삼아 둥지를 튼 13m 높이의 둥지탑이다.
물론 모형이지만, 황새가 곧 날아들 것 같이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전국 제일의 낚시터인 예당호가 펼쳐진다.
2. 예당호 황금나무
예당호는 봉수산 수목원에서 차로 고작 3분 거리이지만, 그중 우리의 목적지는 황금나무다.
어쩌다 이런 멋진 이름이 붙었을까. 예당호가 지척에 있지만, 황금나무는 조금 더 흘러가야 한다.
황금나무를 보기 위해 카페 아레테 바로 옆 넓은 공터에 차를 뒀다.
하늘에 미세먼지가 자욱해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미세먼지가 자욱한 하늘에 짙은 노을이 닻을 올렸다.
노을 질 시간이 되니 예당호 한가운데 물속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 한 그루를 보기 위해 사진사들이 모였다. 노을이 바닥으로 떨어져 하늘에 오묘한 색을 풀어헤치는 동안 가창오리는 몇 번의 군무를 했다.
햇살 쨍쨍한 낮엔 호숫가에서 실컷 놀던 오리가 기지개를 켜고 먹이 사냥을 나설 시간인 것이다.
"왜 가창오리가 군무를 하는 거예요?"
늦은 시간 어디를 가기 위해 저렇게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일까?
가창오리는 낮에는 호숫가에서 휴식을 취하다 노을 질 무렵 야간 섭식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 운동을 하는데 그게 군무라고 한다. 몇 번의 군무를 마친 가창오리는 노란빛이 사라진 무렵이 되어서야 저 멀리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 사이 우린 수없이 많은 셔터를 누르고, 수없이 많은 감탄을 했다.